집 나간 토미
10살 토미는 집을 나갔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매일 아침 6시에 학교 갈 준비를 하기 위해 화장실을 가려고 할 때 꼭 아빠가 먼저 화장실에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토미는 자신의 아침 루틴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라도 집을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갔다.
똑똑한 토미
토미는 10살치고는 너무 똑똑한 아이였다.
이미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다 알았고, 그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내린 상태였다.
그리고 그 정의는 토미가 이후에 성인이 됐을 때도 그대로 이어졌다.
하지만 토미는 자신이 똑똑한 아이라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했다.
정말로 똑똑한 아이들은 자신이 똑똑하다는 사실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어른들에게 똑똑한 아이는 결론적으로는 조롱의 대상이거나, 아니면 숭배의 대상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
토미는 그 나이의 보통 또래처럼 사는 것이, 얼마나 인생이 꼬이지 않고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인지를 알았다. 토미는 그 나이대에 맞게 사는 것이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영재로 추앙받던 토미의 선배들이 똑똑히 알려준 바였다. 그래서 토미는 자신이 가진 세상에 대한 관점을 속으로 간직하고, 멍청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조용히 경멸하면서 거리를 뒀다.
하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아이 같은 천진난만하고 착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아주 소수의 몇몇 어린애 같은 어른들만이 토미의 영악하고 약은 가면을 꿰뚫어보았다. 그럴 때마다 토미는 잠시 움찔했지만, 이내 노련하게 빠져나갔다. 대부분의 어른들이 아이에게 기대하는 모습이란 너무도 전형적이고, 또 뻔했다.
파출소의 토미
부모는 토미가 파출소에서 발견되었을 때 어린애처럼 엉엉 울면서 들어왔다. 자신의 착한 아이가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토미는 역시나 늘 그렇듯 조용히 경멸했다.
그것은 전적으로 본인의 실수였다. 열차역에서 하필 타는 곳 입구를 헷갈려서 서성거리다니. 정말 바보같았다. 스스로의 바보 같음에 분노를 못 이기고 치가 떨려서 바닥에 발을 쾅쾅 구르며 악을 쓰는 모습이 역무원의 눈에 띈 것이었다. 그 이후로는 알다시피.
뾰루퉁한채로 의자에 앉아있을 때, 부모가 들어왔다.
부모와 토미
집에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도, 그리고 돌아와서도 부모는 토미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초기에 엉엉 울었던 게 전부였고, 토미의 의사와 관계 없이 그냥 연신 뭐라고 울부짖었을 뿐이었다. 그저 모든 것이 정상이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려고 하는 듯 했다.
멍청한 짓이었다. 조용히 경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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