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카테고리 없음 2024.10.27 댓글 유니밧

마을에는 괴물이 있었다.
그 괴물은 사람을 잡아먹었다.

괴물을 만나면 도망쳐야 해.
엄마는 항상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왜죠?
내가 물었다.

괴물에게 먹히면 아프니까?
죽으면 안되잖니.

하지만 정말 괴물에게 먹히는 순간이 아플까?
생각보다 괜찮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괴물은 나쁘단다. 사람들을 잡아먹고 마을에 피해를 입히잖니.

하지만 나는 괴물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괴물을 실제로 본 사람은 없었다.
소문만이 무성했다.

그저 괴물이 지나간 자리에 있던 사람은 온데간데 사라진다는 것밖에는.
나머지는 파생된 소문들이었다.
몸집이 크고 울음소리가 무시무시하다느니, 순식간에 사람을 꿀꺽 삼킨다느니.
거기에 따른 방어 방법들과 도구들이 생겨났고 그것을 전문적으로 파는 가게들이 만들어졌다.

그 가게들은 영업이 아주 잘 됐다.
실체가 있는지도 모르는 그 괴물을 막기 위해서 사람들은 너도나도 물건을 샀다.

학교를 다녀오고 집에 왔는데, 엄마가 마당에 괴물을 퇴치한다고 하는 말뚝들을 마당에 박고 있었다.
엄마는 그 말뚝이 우리 가족을 보호해 줄 거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그 일을 하는 것이 아주 즐거워 보였다.
하지만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엄마는 정말로 괴물을 믿는 걸까?
괴물은 정말 실제로 존재하는가?

-

괴물을 만났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을 것이다.

괴물은 몸집이 크지 않았다.
잠이 들지 않아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다른 형제 자매들이 코 고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그때 내 옆으로 몰래 찾아왔다.

괴물은 검은 실 같았다.
실들이 나풀거리며 옆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내 옆에 누웠고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내가 너의 구원이다. 아이야.

내가 그 존재를 인정하는 순간, 괴물은 사람의 형태로 바뀌었다.
어린 내 나이 또래 정도되는 남자아이.

-

나는 사실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행동할 수 있는 걸까.

나는 사람들이 꼭 역할극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웃고 울고 화내고 즐거워하는 것이 연기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것이 정말 진심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들도 나는 그것을 믿지 않지만, 그것을 수호하고자 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 열정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가?
물론 어떤 것에도 열정을 다할 이유가 없다면 동시에 모든 것에 열정을 다할 이유도 생기기 때문에 나 역시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에너지가 없었다.

나는 사실 괴물이 나를 잡아먹어주기를 바랬다.
괴물이 검은 실의 어쩌면 그저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사람의 모습으로 바뀌도록 허락해 준 것은 바로 나였다.
내가 괴물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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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밤 괴물에게 말을 걸었고 우리는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내 말이 이 친구의 말이었고
이 친구의 말이 곧 내 말이었다.
우리가 서로 모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괴물 친구는 나에게 제안을 하나 했다.
멀리 떠나자고. 이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을, 바뀌지 않을 세상이라는 연극 무대에서 인사하고 막을 끝내자고.

나는 물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괴물 친구는 말했다.

자신이 너를 잡아먹도록 하면 된다고.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묻자.
그저 자신을 받아들이라고 했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내 앞에 있는 자신을 머릿속으로 그리라고.
그 뿐이라고 그러면 자신은 내 안에 있을 수 있고, 나는 자신 안에 있을 수 있다고.
그렇게 내가 잡아먹는 것이지만, 실은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하나가 되는 것 뿐이라고.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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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순간 나는 느꼈다.
어느 순간 나를 너무 닮게 된 이 친구를 나는 더 이상 사랑할 수 없겠다고.
괴물은 나와 가까이 지낼수록 나를 너무 닮아갔다.
내 모습을 그대로 카피하는 듯 했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나 비슷했다.

나는 깨달았다.
나는 괴물의 몸 속도, 세상도 아닌 중간을 떠돌 운명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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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을 묻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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