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인셉션, 인터스텔라, 오펜하이머 등으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님의 극초기작 영화 메멘토를 본 후기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놀란 감독님의 팬인지라 이분의 후기 작품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봤는데요, 메멘토는 극초기의 작품인 만큼 또 색다른 느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느낀 점과 관람 팁
이 영화는 워낙에 제가 어릴 때 개봉한 영화라 저는 이런 영화가 있다는 이야기 정도만 들었는데, 아시는 분들 사이에서는 꽤나 유명한 영화라고 하더군요. 제목 메멘토는 라틴어로 '너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메멘토 모리에서 따온 것으로 10분밖에 기억을 못하는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이 아내의 죽음과 그와 연관된 무언가를 기억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것이 영화의 주요 줄거리라는 점에서 아주 적절한 제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영화가 유행하던 시점에는 건망증이 심해 깜빡깜빡하는 친구의 별명을 메멘토라고 붙여주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잘 못 듣는 친구의 별명이 날아라 슈퍼보드가 유행할 당시에 사오정이었던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죠?
영화는 줄거리에서 확인하실 수 있듯이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 레너드 셸비가 자신의 아내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서 기억을 기반으로 안간힘을 쓰며, 몸에 문신을 하고 메모를 쓰면서 자신이 과거에 남긴 단서를 기반으로 찾아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에 대한 반전과 딱 부러지는 줄거리가 아닌,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만드는 어떤 것이 이 영화에 존재하는데요, 그러한 부분은 영화의 복잡한 구조에 연관이 있습니다. 한번 이에 대해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놀란 감독의 영화가 다 그렇듯 이 영화는 상당히 복잡한 구조를 취하고 있는데요, 특이하게도 역순 전개와 시간선 전개가 동시에 재생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컬러로 재생되는 현재 장면들은 역순 구조로 진행되며, 흑백으로 재생되는 과거 장면들은 시간순으로 진행이 됩니다. 이러한 두 장면들이 번갈아 가면서 나옵니다. 엄청 복잡하게 느껴지죠? 저는 오히려 이런 복잡한 구조적 측면에 끌려서 놀란 감독 영화를 보긴 합니다. 이러한 복잡한 구조를 취한 놀란 감독의 최신작은 테넷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아마도 이 메멘토에서 놀란 감독이 담았던 이러한 구조적 특징이 테넷에서 스케일이 거대화된 채로 만들어진 게 아닌가 하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이처럼 일정한 시간순이 아니라, 역순이나 마구잡이로 진행되는 구조는 또 다른 유명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유명작 펄프 픽션도 있죠. 이 영화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영화인데요, 이 영화 역시 이러한 전개를 가지고 있어서 사실 시간 순대로 흘러간다면 뻔할 수 있는 전개를 상당히 흥미롭게 연출하고 있습니다. 한 번쯤 이런 시간순서대로 전개되는 영화에서 지루함을 느끼는 분이시라면 보시는 것을 추천하겠습니다. 아무튼 메멘토에서는 이러한 구조적인 특징이 영화의 재미를 올려준다고 생각합니다. 이로서 영화를 보는 저희가 곧 역순으로 흘러가는 타임라인을 봄과 동시에 10분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몰입하게 되는 것이죠. 이를 유튜브에서 검색해 보시면 놀란 감독님이 이 뒤죽박죽인 시간선에 대한 설명을 들으실 수도 있는데요, 마치 영화감독이 아니라, 물리학자나 과학자가 이론을 설명하는 듯 칠판에 분필로 시간선을 적고 이를 설명하는 장면이 상당히 인상 깊으니, 꼭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주인공 레너드는 영화에서 계속해서 10분 전의 자신이 과거에 남긴 문신이나 메모 등을 단서로 아내를 죽인 진범을 찾아갑니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 속에서 오히려 자신에게 접근하고 도움을 주려고 하는 사람들을 의심하고, 멀리하라는 메모를 발견하게 되고, 점점 아내의 죽음과 관련된 것보다 자신의 장애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러한 사람들에게서 벗어나고자 하는 새로운 목적의식을 가지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아내를 죽인 진범을 찾는 것은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자신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가진 주요 목적이죠. 영화에서 아내를 죽인 진범에 대한 내용은 정확하게 나오지 않습니다. 아내를 죽인 진범이 어쩌면 레너드 자신이라는 끔찍한 암시가 이루어지기도 하며, 부패 경찰의 말에서는 그 진범을 이미 레너드가 죽이고 기뻐하도록 만들었다는 형사의 언급이 있지만, 그조차도 진실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것을 주인공은 믿을 수 없어하며, 자신의 죄책감을 덜기 위해 이러한 일을 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한 형사를 죽이는 결론을 내립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결국 잊어버리게 되죠. 하지만 그 형사도 믿을만한 사람은 아니었고, 잘 잊어버리고 자신의 아내를 죽인 사람을 죽이려고 한다는 레너드를 이용해서 다른 이들을 살해하고 있었기에 레너드는 아내를 죽인 자를 찾는다는 자신의 본질적인 목적에서 벗어나, 이러한 살인을 자행하게 시킨 부패 경찰을 결국 자신의 손으로 죽임으로써 이러한 굴레에서 빠져나오게 됩니다. 하지만 그러한 것 역시 잊어버리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금 누군가에게 이용당할 수 있음을 암시하며, 상당히 영화는 씁쓸한 결말을 맞게 됩니다.
이러한 해석은 사실 기억상실증이 있는 주인공에게 이입했을 때 나타나는 해석이며, 다른 인물에게 이입하여 영화를 보게 된다면 주인공이 선역일 것이라는 편견에서 빠져나와 장애를 가진 살인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주인공을 다르게 볼 수 있는 다면적인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는 선한 모습이 있지만 부패한 인간이라는 인간군상을 보여주는 아주 씁쓸한 메시지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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