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감이 아름다운 영화,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3번째 본 후기

카테고리 없음 2025.02.16 댓글 유니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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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마이너한 독립 영화에 가깝지만, 2014년 한국 개봉 당시 강력한 극장 파워를 자랑했던 색감 아름다운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소개하고, 제가 왜 이 영화를 3번이나 반복해서 보았는지, 그 후기를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영화는 현재 디즈니 플러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느낀 점과 관람 팁

저는 처음에 이 영화가 국내에 개봉했을 당시 한창 부모님과 영화관을 다니던 중학생이었는데요, 영화가 국내에서는 15세로 개봉했지만, 해외에서는 19금으로 개봉했고, 잔인한 부분이 있다는 후기를 읽었던만큼 부모님께 보러 가고 싶다고 선뜻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벼루고 있다가 성인이 되었을 때 혼자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계속 이 영화만 본 것은 아니고, 어쩌다가 다시 생각이 나서 보게 된 것입니다.

처음 영화를 보게 된 것은 역시나 색감이었는데요, 특유의 파스텔톤 색감이 저를 영화에 끌어들였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독립 영화 같은 특유의 전개와 강렬한 메시지에 빠져들게 되었고, 이러한 것을 설계한 웨스 앤더슨이라는 감독에게 빠져들어서 이 감독님이 만드신 다른 영화들도 보게 되어 마니아가 되었습니다. 이분이 만드신 영화들은 컬트적인 마니아층이 있는 영화더라고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라는 이름은 어쩐지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를 떠올리게 합니다. 또한 대체 무슨 이름일까 싶지만, 이 이름은 이 영화에서 실제 국가와는 관련이 없으며, 오로지 호텔의 이름으로서만 사용됩니다. 이 영화의 감독은 1969년생의 꽤나 젊은 감독님이신인데요, 마이너하고 독창적인 감각을 할리우드에 가져왔고, 주로 사용하는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기보다는 소설이나 동화에 가까운 전개를 사용하는 감독으로 유명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지명은 낭만을 불러일으키는 용도로는 사용되지만, 실제 국가와는 별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물론 헝가리가 1949년 공산화되었던 전적이 있고, 그러한 측면에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러한 정확한 역사적 사실은 이 영화에서 집중해서 봐야 할 포인트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작중 시점은 영화 줄거리 소개에서 사용되는 1927년이 아니라, 1932년입니다. 영화가 장면 속의 장면 속 이야기라는 복잡한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고, 이 액자에 따라 시대가 달라지며 영화가 현실과 동화, 소설을 넘나드는 듯한 복잡한 구성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혼동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 이유는 이 영화의 이야기가 기본적으로 한 소설가의 소설을 읽어내려간다는 느낌으로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영화상의 대사들도 마치 책을 읽는 것과 같이 상당히 딱딱합니다. 이 점을 먼저 이해하고 영화를 봐야 합니다.

알기 쉽게 영화의 초반에 등장하는 액자를 설명해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번째 액자는 바로 이 작가가 사망한 후, 작가가 영화에 등장하는 사건을 남에게 들은 것을 그대로 옮긴 책을 읽고 있는 독자가 등장하는 현재 시점입니다. 2번째 액자는 1985년 살아있던 시절의 작가가 이 소설을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를 내레이션 하는 시점, 그리고 3번째 액자는 작가가 실제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를 신경쇠약에 걸려 타자로부터 들었던 1968년, 그리고 4번째 액자는 실제 소설의 이야기를 알려주는 그 타자가 말하는 1932년 시점입니다. 따라서 1932년대가 결국 메인 이야기라고 보셔야 합니다. 다만 이는 영화의 이야기에 신빙성을 더해주는 듯한 하나의 초반 장치일 뿐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닌지라, 결국 1932년 시점의 이야기와 1968년에 이 이야기를 들었던 시점이 이 영화의 메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현재 시점에서 죽은 작가의 동상 앞에서 이 작가의 소설책을 보는 한 소녀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소설책은 1985년에 쓰인 것으로써 1968년 작가가 신경쇠약에 걸려서 요양을 하러 낡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머물던 시점에 호텔의 오너 무스타파 씨에게 어떻게 이런 큰 호텔을 경영하게 되었으며, 부호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는 머리말과 무스타파 씨가 말해준 1932년의 호텔과 그와 연관된 이야기를 시작하는 내용입니다. 이 소설의 내용을 영화는 파고들어 갑니다.

1932년의 그랜드 부다페스트라는 호텔은 한 콘시어지 구스타브 씨가 사실상 거의 책임지고 경영하고 있는데요, 이 호텔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가 들고, 허영심이 많은 손님들입니다. 이들은 구스타브 씨와 아주 긴말한 관계를 맺는 손님들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영화에서도 소개되고 있는데요, 이것은 일종의 낭만주의 시대에 대한 장치로서 사용됩니다. 사실상 이 구스타브 씨와 그 당시 신입 호텔 로비보이로 들어갔었던 무스타파 씨가 바로 영화의 공동 주인공입니다.

그중 호텔의 고객이었지만, 의문의 살인을 당한 부호 마담 D는 유언장에서 따라, 콘시어지 구스타브에게 사과를 든 소년이라는 그림을 남기지만, 워낙에 강력한 부호였던 만큼, 그의 모든 가족과 친척들이 구스타브가 그림을 가져가는 것을 반대합니다. 그럼에도 구스타브는 그럼에도 이것이 고인의 유언인 만큼, 그림을 가져가야겠다고 말하며 무스타파 씨와 함께 그림을 들고 도망치게 되는데요, 이때 만약 자신이 죽으면 무스타파 씨가 자신의 모든 것을 물려받는다는 계약서를 쓰게 됩니다. 이 그림 역시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닌데요, 정말 중요한 것은 구스타브 씨가 이후 가족들에게 마담 D의 살인자로 몰리게 되어서 감옥에 갇히게 된 후입니다. 이 누명을 썼지만, 벗어날 구멍이 없게 되자 구스타브 씨는 감옥을 탈옥하게 됩니다. 그 후 우여곡절 끝에 구스타브 씨가 살인을 한 것이 아니며, 실은 마담 D의 유산을 노린 가족 중 한 명이 마담 D를 살인한 것으로 밝혀지고, 만약 자신이 살인을 당했을 경우 자신의 모든 유산은 가족이 아니라 구스타브 씨에게 물려준다는 마담 D의 유언이 밝혀지면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오너 역시 마담 D였던 것으로 밝혀지며, 구스타브 씨가 모든 것을 물려받게 됩니다. 그러나 구스타브 씨는 이후 무스타파 씨를 구하기 위해서 죽으며, 그로 인해서 무스타파 씨가 모든 것을 물려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와중 아름다웠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공산 정권이 들어서며 칙칙해지고 옛 색을 바래게 됩니다.

이러한 것이 결국 중심 스토리인데요, 이 중심 스토리는 사실 익살스러운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메시지는 상당히 씁쓸한 느낌을 남깁니다. 이는 웨스 앤더슨 영화들의 공통적인 특징인데요, 웨스 앤더슨 감독님의 모든 영화의 공통 메시지는 바로 '상실'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 역시 과거 1932년대에 공산화 정권이 발을 들이며, 파스텔톤으로 아름다웠고 낭만적이었던 시대가 끝나고 상실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담 D의 죽음과 구스타브 씨의 죽음이 바로 이러한 낭만 시대의 상실, 공산화와 전쟁으로 인한 현실의 냉철한 시대의 부상을 상징하며, 이러한 심볼이 이 영화의 한 가지 주제이자, 웨스 앤더슨 영화의 공통 주제인 상실과 그 맥락을 같이 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처음 영화를 볼 때는 이러한 메시지를 느낄 수는 없습니다. 웨스 앤더슨 특유의 대칭 구조, 다양한 화면비, 아름다운 색감, 경직된 대사, 이상한 인물들, 약간은 조악한 장난감 같은 효과 등의 장치에만 신경을 쓰게 되거든요. 따라서 한 번만 봤을 때는 아마도 기술적인 측면에 눈이 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두 번째 보게 되면 영화 특유의 잔인하면서도 익살스러운 이야기에 눈이 가게 되고 세 번째에 보면 이 영화에 담긴 상실이라는 거대한 메시지를 얼마나 아름답게 전달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이는 웨스 앤더슨 영화들의 공통점이기도 하고요. 상실이라는 감정과 익살스러운 이야기-장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이 이 감독님 영화의 특징인데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상대적으로 이야기-장치에 더 초점이 맞춰진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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