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의 은퇴작이라는 이름으로 화려하게 개봉했던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후기를 남겨보겠습니다. 저는 영화관에서 직접 개봉했을 당시에 보았는데, 현재는 다른 지브리 영화들과 함께 넷플릭스에서 보실 수 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저는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관에서 먹는 핫도그와 버터구이 오징어, 팝콘도 좋아하지만, 그래도 14,000원의 표값은 좀 부담이 되기 때문이죠. 한번 영화 보는 값으로 ott를 한 달은 볼 수 있기 때문에, 할인이 없었다면 극장을 안 갔을 것 같습니다.
느낀 점
저는 지브리 영화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팬에 가까운지라, 지금까지 지브리에서 나온 모든 영화를 어릴 적 아버지와 친척들이 보여주실 때부터 알음알음 다 봐왔고, 그가 무엇을 추구하고 어떤 메시지를 던지며, 어떤 방법으로 제작하고,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대충 알고 있는데요, 그런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는 소설 원작을 기반으로 했다고 하지만, 소설 기반 지브리 영화가 늘 그렇듯 소설과의 연관성은 거의 이름 정도를 빼면 없는 정도고요. 후반기 지브리 영화의 팬이라면 재밌고 볼만할 것입니다. 다만 지브리 영화 특유의 아름다움을 생각하고 있다면 거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영화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어두운 면을 극대화시킨 영화입니다. 아름다운 장면들도 별로 없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이야기는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다음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 할 수 있는 이야기, 다 보고 나서 이야기 잘 들었다는 느낌의 콘텐츠를 좋아하는데, 이 영화는 그런 요소가 다 있어서 상당히 재밌게 봤습니다.
또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팬들은 아실 터이지만, 지브리에는 미야자키 하야오와 사실상 그에게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 선배 다카하타 이사오 님이 계신데요, 초창기 영화, 이웃집 토토로 이후 점차 이 선배님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그러한 컨트롤이 적어진 모노노케 히메로 미야자키 하야오가 상당한 흥행을 하면서 점차 영화의 줄거리가 난해해지고 설명이 없어져서 비주얼이 아닌, 의미와 이야기를 이해하려고 하면 상당히 어렵고 난해한 영화가 되어갔습니다. 사실상 전기 지브리와 후기 지브리로 나눠야 할 정도로 그 난해함의 정도가 다릅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난해함은 담고 있으면서도 제가 본 후기 지브리 애니 중에서 가장 친절한 애니입니다. 본래 지브리 애니메이션들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여기에 무슨 설정이 있는지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나 설명을 거의 안 해주는데, 이 영화는 그런 설명을 조금씩 해주면서 이야기를 전개시켰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가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다 보니까 지브리식 불친절 전개에 익숙해져서 난해한 내용임에도 상대적으로 친절하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요.
내용은 주인공 마히토가 징그럽게 생기고 음흉한 말투를 쓰는 왜가리에게 이끌려서 자신의 양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이상한 성 속 이세계에 들어간 후 다소 싱거운 모험을 하다가 그 세계를 만든 자신의 큰할아버지로부터 그 세계를 이어받는 것을 거절하고 현실로 돌아가는 이야기인데요, 이렇게만 들어서는 허망한 망상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실제 영화에서는 설명을 잘해주고 있어서 보다 보면 그래도 납득이 되는 정도입니다. 피가 솟구치거나 사람은 아니지만 내장이 튀어나오는 등, 지브리의 또 다른 영화 모노노케 히메처럼 생각보다 묘하게 불쾌감을 주는 징그러운 장면이 좀 있습니다. 그 외에도 그동안 모든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의 모든 부분 부분들을 조금씩 다 가져온 느낌을 느끼실 수 있기에 앞서 말했듯 지브리 영화의 팬이라면 보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오마주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죠. 미야자키 하야오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해석도 있던데, 어느 정도 맞는 것 같습니다.
정리
저는 진작에 지브리의 명운이 다했다고 생각해서 사실 별로 큰 기대를 안 했습니다. 영화는 기대하고 볼수록 항상 실망만 가져다줬던 경험이 있어서 아무것도 보지 않고,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을 때 가장 순수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결론을 얻어서기도 합니다. 후기 지브리의 또 다른 개봉작이었던 마루 밑 아리에티를 극장에서 보고 실망하고 난 다음부터, 사실상 지브리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뒤를 이을 후계자 찾기에 실패하고 제작 부문 해체된 이후부터, 지브리는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내 10대 20대를 함께 해준 지브리 애니를 추억하는 느낌으로 봤고, 만족했습니다.
처음에 미야자키 하야오의 은퇴작이라는 홍보에 꽂혀서 본 것도 있지만, 그것은 언제나 그렇듯 그냥 홍보 문구에 불과하다는 건 다들 알 것이고요.. (미야자키 하야오는 은퇴를 이미 세 번 번복한 전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네 번 속으면 사람이 아니다. 영화 끝나고 취향은 아니지만, 그래도 은퇴작인데.. 이러면서 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안타까웠달까요. 그리고 역시 이번에도 은퇴를 번복했습니다. 사실 저희는 홍보에 낚인 것뿐입니다.) 오랜만에 영화관 가서 영화 보니까 재밌었고, 이렇게 짜임새 있고, 친절한 지브리 영화가 오랜만에 개봉했다는 것에 감동했습니다. 비싼 값이지만 할인이 들어간다면 영화관에서 볼만한 영화고 최근에 나온 미야자키 지브리 영화 중에서 가장 난해하지 않은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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