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소설을 쓰는 창작자의 입장에서 본 영화 애드 아스트라의 후기를 간단히 남겨봅니다.
한 줄 평
아버지가 싼 범우주적 전기맛 똥을 자식이 치우는 영화.
세부 평
영화가 상대적으로 소설과 같이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인물의 서사에 더 집중했다는 점이 눈에 띄는 점입니다. 상업 영화보다는 독립 영화에 가까운 영화라고나 할까요. 특히 독립 영화 중에서도 상당히 마이너 한 감정에 집중한 것이 이 영화의 가장 독특한 점입니다. 흔히 소설 작가가 처음 작품을 만들 때는 답답한 캐릭터를 사용하지 않기를 권장하는 편이고, 실제로 어떤 미디어에서든지 간에 실행력과 대사가 약하고 답답한 캐릭터는 과거에도 요즘도 사람들의 취향이 아니기 때문에 잘 권장되거나 표현되지 않는 편이죠. 하지만 이 영화는 브래드 피트라는 배우를 로이 맥브라이드라라는 이름으로 앞세워, 답답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이 눈여겨볼만합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는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 스릴러 영화라고 소개를 하고 있지만, 사실 SF도 스릴러도 아니고, 개인 인물 서사에 집중해서 봐야 하는 일종의 장르를 초월하는 독립 영화라고 보셔야 합니다. 만약 SF나 스릴러적인 무언가를 기대하셨다면 반드시 실망하실 거라고 단호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영화가 전통적인 SF와 스릴러 팬들이 원하는 요소들을 하나도 충족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기본 줄거리는 지구에 생기는 정체불명의 서지 현상으로 전자기파가 발생하여 지구의 전자기기가 마비되고 있는데, 이는 사실 30년 전 지적 생명체 발견을 위해 우주 탐사를 갔다가 해왕성에서 실종된 아버지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며, 아버지를 찾고 이 현상을 바로 잡기 위해 주인공 로이 맥브라이드라는 캐릭터가 모험을 떠난다는 것인데요, 주인공은 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그리움과 사랑으로 다시 함께 지구로 함께 돌아가려고 하지만, 아버지는 서지라는 우주적 피해를 주고 있음에도 실패한 지적 생명체 탐사에 대한 욕구를 포기하지 못하고 미친 채로 우주 저편으로 사라집니다. 꽤나 난해하죠? SF도, 스릴러도 아님이 분명합니다.
영화의 특장점과 단점
이 영화의 비주얼은 특히나 칭찬할만합니다. 우주라는 비주얼에서 오는 아름다움은 확실히 보장해 줍니다. 상대적으로 현재 영화가 개봉된 시점보다는 영화상의 배경이 미래임에도 그것을 크게 부각하지 않으면서 선명한 비주얼로 채운 각종 장면들은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어주기 때문이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결코 명작이라고 할 수는 없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영화는 흥행 공식을 따라가고 있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독창성이 있는 것도 아니라고 느껴졌습니다. 전형적으로 OST나 비주얼 위주로 상 받을 것 같은 영화랄까요. 이 영화는 명확히 드러난 이야기가 없으며, 모든 것이 퍼즐 조각 마냥 여기저기 흩어져만 있을 뿐입니다. 이것은 2차 창작 애호가들과 설정 덕후들에게는 만족할만한 연출인지 모르겠으나 영화를 보러 온 일반 관객에게는 의문과 허무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작게나마 등장하는 설정도 사실 영화를 채 다 보기도 전에 머릿속에서 지워질 정도로 약합니다. 심오한 질문을, 긴장감을 주다가도 그것이 최고점에 달하기 전에 놓아버리는 허무함이 영화 전반을 채우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그것이 의도된 바라면 예술성이 있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일반 관객에게 어필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싶고요. 과학적인 고증을 초반부에서는 그래도 최소한으로는 신경 쓰려는 듯하다가 후반부에 가면서 점점 더 내팽개치는 부분도 가관입니다.
개선방안
극중의 로이 맥브라이드라는 다소 히키코모리에 가까운 성격을 지닌 캐릭터의 감정에 집중을 하고 있기에 만약 이 캐릭터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으셔서 이 캐릭터에게 공감할 수 있다면 다소 이 영화를 사랑할지도 모르겠으나 제가 보기에 대체로 일반적인 대중들에게 이 캐릭터를 납득시키기에는 전체적인 세부 정보를 체계적으로 배치해서 관객들을 이입시키는 데에 실패한 것 같이 보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로이라는 캐릭터가 아버지에 대해 가진 생각이 어떠한지를 더 확실히 드러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이 캐릭터와 닮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캐릭터를 납득시킬 방법이지 않나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로이가 사랑하는 마음을 끝까지 버리지 않고 살아가기로 결심한 것, 그에 반해 사랑을 버리고 없는 것을 찾으러 갔다가 결국 죽는 그의 아버지를 대치시킴으로써 '사랑'을 부각하는 것이 이 영화의 목적이었던 듯 하나, 그러기엔 로이라는 캐릭터의 사랑이라는 감정이 확고해지기까지의 장면에 도달하기까지의 러닝타임이 너무 길었고, 캐릭터가 생각보다 훨씬 히키코모리여서 그 사실을 눈치채기가 힘들었습니다.
정리
개인적으로 SF라는 장르의 팬인만큼, 이 영화는 우주적인 부분에서 고증을 철저히 파괴하고 있는 만큼 이도저도 아닌 영화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인물의 서사에 집중해서 보시다면 조금 즐겁게 보실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