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잔잔한 시간여행 영화 어바웃 타임을 소개합니다.
줄거리
주인공 팀이 가문 사람들이 성인이 되면 과거의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를 이용해서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다시 살아내고, 과거의 몇몇 순간들을 바꿔가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이렇게 줄거리를 단순히 말하는 것보다는 실제로 보시는 것이 훨씬 더 감정적으로 풍부해지는 경험을 하실 수 있는 영화입니다.
개인적 평가
개인적으로 어바웃 타임은 다소 생소한 표현을 빌리자면, 나이브(소박하고 천진)한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는 정말로 잔잔한 영화입니다. 시간 여행에 따른 어떠한 윤리적 문제도 심각하게 다루어지지 않습니다. 시간 여행과 관련된 부분도 영화 중의 대사로만 얼핏 얘기가 되고 심도 깊게 다뤄지진 않아서, 보면서 이게 괜찮은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고, 작중 대사 중 주인공의 어머니가 주인공의 아내를 처음 만날 때 ‘너의 약점은 뭐냐’ 하는 대사가 나왔는데, 이게 약간 시간 여행자의 약점 같은 게 잡히는 복선인가 하고 촉각을 곤두세우며 봤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었습니다. 이야기 순에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이 있다고 친다면 이 영화는 발단과 전개, 결말만 있다고나 할까요. 항상 전자에서 언급한 순서의 이야기에 익숙해진 저로서는 이 영화는 언제 한번 큰 갈등과 위기가 생길까 했는데, 그런 것 없이 그냥 비교적 무난하게 흘러갔다고 생각이 듭니다. 과거로 돌아가면 정자 난자 수정 시간이 바뀌면서 아기가 다른 아이로 태어난다는 게 뭐 그나마 충격적으로 연출된 정도에 그치고요.
또한 시간여행 규칙도 조금 대충입니다. 현재의 다른 사람을 손 잡으면 과거로 데려갈 수 있고, 그 사람이랑 또다시 현재로도 돌아올 수 있어서, 처음에 주인공 아버지가 말해준 과거로는 갈 수 있어도 미래로는 못 온다고 설명해 준 규칙 또한 별로 의미가 없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제가 보면서 든 생각은 만약 그러면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손을 잡으면 다 과거로 갈 수도 있나? 였습니다. 보던 와중에는 한번 과거로 돌아가면 다시 못 돌아오고 계속 과거부터 쭉 다시 살아야 하는 그런 걸로 착각하고 봤는데 그것도 아니었고요.. 따라서 이 영화에서 시간 여행이라는 것은 그냥 하나의 장치에 불과하고, 고증이나 어떤 논리적인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영화 내에서 그래도 희노애락은 다뤄지지만, 솔직히 그중에서 애에 해당하는 슬픈 사건도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의 동생이 교통사고가 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은 것도 아니며, 주인공의 아버지가 세상 심각하게 주인공을 부르지만, 갑자기 죽는 것도 아니고 시한부 상태로 암에 걸려서, 그 와중에 멀쩡하게 말도 하고 걸어 다니다가 그냥 주인공과 시간을 보내자고 부르는 것인데, 이러한 부분에서 김이 빠졌달까요. 어쩌면 제가 너무 충격적인 콘텐츠들을 많이 보다 보니까 이런 부분에서 무뎌졌나 싶기도 합니다. 사실 현실적으로 갑자기 동생이 교통사고가 나고 아빠가 암에 걸려서 곧 죽는다 이러면 나도 달려가고 시간 돌릴 수 있으면 그런 일이 없게 만들고자 할 테니까요.
전반적으로 나이브하고 시간 여행 규칙도 별로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아버지가 죽기 전 시간대를 주인공이 계속 방문하다가 아이를 낳기 직전, 아버지와 함께 어린 시절로 돌아가서 같이 놀고 아버지를 보내준 것은 좀 감동적이었습니다. 이런 감정적인 부분이 설정적인 측면에선 이런 나이브한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점인 것 같습니다. 감동과 코미디만 느끼게 하기 위해서 시간여행이란 소재를 사용한 영화는 제가 본 시간여행 영화들 중에서는 처음이었고, 그래서 솔직히 엉망진창이란 생각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갑자기 급발진하면서 삶의 순간순간을 즐겨라, 시간여행 없어도 매 순간이 여행이다. 같은 대사를 주인공이 내뱉는데요, 주인공 자신은 앞에서 영화 전반에 걸쳐서 시간여행으로 모든 것을 즐기는데 다 써놓고서 뭔 소릴 하나 싶었습니다. 설득력이 1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달까요.. 주먹 쥐고 어두운 곳 들어가면 과거로 갈 수가 있는데, 이 장면들도 뭔가 귀엽고 우스웠습니다.
아 그리고 주인공이 농담이랍시고 여주 시점 여주랑 첫 만남에서 여주 직업 가지고 폄하하는 장면 있었는데, 얜 쓰레긴가? 네가 뭔데 첫 만남에 남의 직업 가지고 이래라저래라야? 싶어 가지고 주인공이 싫어졌습니다. 이 장면 때문에 그전까지 레이첼 맥아담스 분과 주인공의 사랑의 시작을 귀엽다고 생각하고 응원한다! 이러면서 보다가 팍 식었습니다.
정리
그래도 영화가 나이브한 만큼 인생 얘기고 따뜻하니까 큰 갈등이나 걱정 없이 보긴 좋은 영화인 듯 싶습니다. 시간여행이라는 소재의 특수성보다 편안한 영화를 원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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