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찰리 채플린 무성 영화의 팬입니다. 찰리 채플린 영화는 거진 다 보았지만, 오늘은 그중에서 그의 절정기이자, 상대적으로 후기 작품인 모던 타임즈를 리뷰해보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찰리 채플린 영화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무성 영화가 유성 영화의 시기로 교체되는 시점에 나온 영화인지라 엄밀히 말해서 완전한 무성 영화는 아니기는 합니다.
어느 날, 떠돌이 찰리 채플린은 공장에서 볼트 조이는 일을 하는 노동자로 일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일을 너무 오래 반복하다보니 미쳐버려서 볼트처럼 보이는 모든 것을 조이는 강박증에 휩싸이고 공장에서 난동을 부리다가 정신병원에 들어갑니다. 이후 다시 나와서 공장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대공황으로 인해 다량의 노동자들이 해고당한 상태였고, 노동자들은 해고에 대응하는 시위를 하게 됩니다. 떠돌이 역시 우연히 그러한 시위에 휩싸였다가 감옥 생활을 하게 됩니다. 감옥에서 나온 후에는 우연히 고아가 되어 빵을 훔치려던 소녀(배우 폴렛 고다드)를 구해주게 되고 이후 둘은 여러 일을 전전하지만 번번이 직업을 잃습니다.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길을 걸어 나갑니다.
1. 영화 메시지
이 영화는 1920년대 당시의 미국 대공황을 풍자하는 영화입니다. 당시 일각에서는 오일 쇼크로 인한 것이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아주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이유로 대량 해고와 실업이 일어났고, 노동자들은 거리에 나앉게 되고 자살과 도둑질이 일어납니다. 또한 자본주의라는 시스템과 그로 인해 부가적으로 생기는 생산 과정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담겨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시작은 떠돌이가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볼트를 조이는 장면으로 시작을 하는데요, 이는 곧 산업혁명 이후의 자본주의와 대량생산의 시작, 즉 공장형 노동자의 탄생을 의미합니다. 컨베이어 벨트, 자동차 대량생산의 아버지인 핸리 포드가 마련한 것이라고도 불리는 부분이죠. 그러나 이러한 노동에서 떠돌이가 결국 미쳐버리고 정신 병원에도 갔다가 감옥에도 가는 모습은 노동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를 보여줍니다. 영화 내에서 워낙에 이 떠돌이가 미쳐버리는 장면이 익살스럽고 웃기게 표현되었기에 그냥 웃고 넘어가는 부분이지만,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는 그의 말처럼 이러한 부분을 잘 대변해 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 모던 타임즈는 매우 비극적인 상황이나, 전체적으로는 그 안에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웃기는 장면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 말은 매우 적절해 보입니다.
제가 어릴 적에 찰리 채플린 위인전을 읽고 있을 때 이 공장 노동자가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인해 제아무리 건장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공장에 1년만 있으면 미쳐버린다는 소문을 모티브로 찰리 채플린이 이 영화를 제작했다는 일화를 읽은 적이 있는데요, 실제로 영화에서는 이러한 측면을 더 부각하기 위함인지 자본가가 등장한답니다. 자본가는 노동자들이 쉴 틈 없이 바쁘게 일하는 와중에도 공장의 속도를 자꾸만 더 높이라고 지시하고, 나중에는 공장의 생산성을 더 높이기 위해서 밥 먹는 시간까지 줄이기 위해 노동 중에 음식을 자동으로 먹여주는 기계를 가져와서 떠돌이에게 실험하기도 합니다. 결국 이 부분에서 이 기계가 다소 무섭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빠지기는 하지만 이것도 멀리서 보면 참 악덕한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건장한 사람도 버티기 힘들다는 상하차와 같은 일이 떠오르지 않나요? 그렇게 보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이러한 노동의 측면에서는 달라진 부분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장면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너무 웃겨서 한참을 즐겁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좋아하는 또 다른 장면은 영화상에서 떠돌이와 소녀가 구한 마지막 식당 일자리에서 떠돌이가 알 수 없는 가사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인데요, 이 장면은 소녀가 소매에 써주었던 가사를 떠돌이가 춤을 추다가 날려버려서 어쩔 수 없이 가사를 지어내서 부르는 장면이죠. 개인적으로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어도 찰리 채플린의 익살스러운 연기를 통해서 상황을 알아챌 수 있다는 부분에서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잘되던 식당 일에서도 소녀를 고아원에서 데리러 옴으로써 거기에서 도망치며 막을 내립니다.
2. 비하인드
또다른 유명한 장면은 떠돌이가 백화점에 야간 경비원으로 취업하게 될 때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높은 층을 아슬아슬하게 곡예를 선보이는 부분이지요, 이 부분은 실제로 촬영하면 위험한 부분이기에 아날로그 착시를 사용했다는 비하인드는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볼 당시에는 아래로 떨어지지는 않을까 손에 땀을 쥐곤 했지만요. 이후 백화점을 개인 용도처럼 사용하다가 또 쫓겨나게 되는데요, 잠시지만 백화점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는 점도 암울한 상황 속에서 슬프면서도 참 우습습니다.
배우 폴렛 고다드 님은 영화를 볼 때 참 아름다우시다는 생각을 하며 봤는데요, 이 영화의 성공 이후 이 배우님은 채플린의 실제 아내가 되십니다. 이후 위대한 독재자까지 일종의 뮤즈로 찰리 채플린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채플린은 여러 번 결혼을 했다가 다시 이혼을 했는데요, 만남은 아름다워도 헤어짐은 아름답지 않은 경우가 많았으나, 이 폴렛 고다드 배우님과는 이혼 후에도 꽤 좋은 사이를 유지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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