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영화관에서 어머니와 함께 봤던 따뜻하고 아련한 느낌을 주는 애니메이션 늑대 아이 후기를 남겨보겠습니다.
주인공 하나는 대학생 시절, 늑대인간(이름이 나오지 않고 '그이'라고 호칭됨)을 남편으로 만나게 되고 딸과 아들을 낳게 됩니다. 이 아이들은 늑대인간이었던 아버지의 유전자를 받아서 똑같이 늑대 인간으로 태어났고, 도시에서 인간과 늑대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살게 되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의 아버지가 죽음을 맞이하고 늑대에 가까운 아이들을 도시에서 키우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면서 이야기는 반전을 맞이합니다. 이후 어머니 하루와 아이들은 시골로 이사를 가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영화는 상당한 수작입니다. 특히 부모가 자식을 어떻게 보고 대하는지, 어떤 아련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를 영화에서 주인공의 아들과 딸의 어린 시절부터 독립할 때까지의 인생 전반을 보여주면서 느끼실 수 있습니다. 영화의 감독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신데요, 대체로 자전적 이야기를 영화에 담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답게 부부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영화 개봉 당시 결혼 5년 후에도 자식이 감독 부부 사이에 없었기에 주인공 하루가 모든 일을 다 척척 해내는 이상적인 존재로 그려진 것은 자식에 대한 어떤 희망이었다고 보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 스튜디오 해체 이후 사실상 일본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너의 이름은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오늘 소개해드리는 이 영화의 감독인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두 축이 담당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요, 마코토 감독의 영화가 조금 더 일본 스러운 미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애니메이션이라고 한다면, 마모루 감독의 영화들은 훨씬 더 깊이 있는 인생의 무언가를 다루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라고 했을 때 특유의 오타쿠적인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고, 지브리 영화에서의 따뜻한 느낌을 원하신다면 이 영화에서 그러한 부분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또 수인(동물과 사람의 중간)을 상당히 좋아하는 감독님이시기도 한지라, 전작과 후속작에서도 계속해서 수인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관람 포인트로 보실 수 있습니다.
저에게 영화 내에서 유독 인상 깊게 남았던 점은 총 두 가지 장면인데요, 첫 번째는 주인공 하나가 아이들과 시골로 내려가고 겨울이 되었을 때 함께 눈놀이를 하다가 이내 눈썰매를 즐겁게 타는 장면입니다. 그동안 각자가 나눠져서 다른 삶을 살아가고, 아이는 아이답게, 어른은 어른답게 지냈던 여타 장면들과 다르게 그 장면에서만큼은 셋이 눈썰매라는 주제를 통해 하나가 되는 모습이 상당히 즐거워 보였달까요. 이렇게만 표현하면 그게 뭐가 대수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영화 상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상당히 역동적이고 익살스럽게 연출되기 때문에 즐거움과 아련함을 동시에 느끼실 수 있었습니다. 육아와 그동안 혼자서 아이들을 키워야 한다는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이 장면으로 한 번에 날아간다고나 할까요. 저는 더불어 주인공 하나가 대학생 때 남편을 만나고 매우 일찍 부모가 되기 때문에 상당히 어리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영화를 볼 당시가 중학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에게 이입해서 영화를 봤었는데요, 이 장면에서 하나의 어린 모습이 더더욱 느껴지면서 저는 이때 어쩌면 부모도 인간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상태에서 자식들을 키우기 시작하게 된다고 생각하며, 어머니를 처음으로 어머니보다 타인으로 바라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장면은, 이제 늑대로서는 독립할 나이가 되어 산으로 실종된 둘째 유우키를 하나가 산에서 정신없이 찾아다니다가 기절한 후에 꿈인지 환상인지에서 죽은 남편을 만나고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는 말을 들을 받을 때였습니다. 앞선 숱한 육아의 갈등 장면들이 떠오르면서 주인공에게 이입하게 되어, 영화 초반부에 죽은 남편의 얼굴을 보니 원망스럽기도 하고, 동시에 너무 반갑기도 했습니다. 이때 주인공 하루는 그동안 괜찮았다고 말하면서 남편에게 다가가지만, 이내 둘째 유우키를 기억하고는 다시 정신을 차리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때 남편은 늑대로서는 독립할 나이임을 일깨워주며 괜찮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하나가 정신을 잃고 있을 때 둘째 유우키는 어머니를 산에서 민가로 내려다 주고는 산으로 사라집니다. 하나는 가지 말라고 하면서 아직 해준 게 별로 없다고 말하다가 문득 자식의 독립을 인정하고 늑대의 울음소리를 듣는 것으로서 그것을 마무리 짓는데요, 그 장면이 저는 특히 아련하고 또 기쁘게 느껴졌습니다. 영화 전반이 부모의 마음과 삶을 관통한다는 생각이 든 것도 이 장면 덕이랍니다. 특히 이 장면을 끝으로 첫째의 나레이션으로 영화가 마치게 되는데요, 그러면서 나오는 애니메이션의 대표 애니메이션과 그 가사도 무척 슬픈 느낌을 주기 때문에 마음 한구석에 부모님이 가지시는 어쩌면 그러한 느낌을 느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후로도 이 영화를 여러 번 집에서 돌려보게 되면서 그때와 비슷한 느낌을 가지며 아직 부모가 되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그러한 느낌을 조금이나마 경험하지 않았나 하고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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