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불편한 운석은 무엇인가, 애스터로이드 시티

카테고리 없음 2025.02.18 댓글 유니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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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웨스 앤더슨의 가장 최신작인 2023년 개봉 영화 애스터로이드 시티의 후기를 남겨봅니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느낀 점과 해석

저는 웨스 앤더슨 영화의 팬으로 모든 작품을 다 보았는데요,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사실상 웨스 앤더슨 영화의 최종장 느낌으로 비춰집니다. 스칼렛 요한슨, 마고 로비 등의 호화로운 출연진이 출연했지만, 그와는 별개로 그의 예술적인 성향, 어떻게 보면 너무 강조되어 단점이라고 생각할만한 부분이 더욱 강화된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웨스 앤더슨 영화는 두 가지의 큰 흐름이 있다고 보는데요, 하나는 익살스러운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상실의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그 두 가지의 큰 흐름 중에서 상실이라는 메시지에 더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에 다른 웨스 앤더슨 영화들에 비해 난해하다고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가 각자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건 대체로 한결같고 매우 명확하거든요. 이 부분은 웨스 앤더슨의 다른 팬 분들께서 가장 웨스 앤더슨의 영화답다고 표현한 다즐링 주식회사에서도 아주 잘 드러나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한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별이 슬프지만, 그래도 계속 해서 살아나가라. 계속해라.
사랑하며, 살아가라. 희망을 가지고 하늘을 보며. 꿈을 꾸며.

이 애스터로이드 시티의 대사 중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있는데요, "시간이 흘러도 아무는 게 아니다. 반창고 정도는 되어도." 이 대사와 계속 살아가라는 대사 이 두 개가 그냥 이 역화의 핵심 메시지 같다고 느껴졌습니다. 결국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은 무언가가 상실된 사람들이며, 하늘에서 운석이 외계인으로부터 떨어진 정착지에 다들 발이 묶여 영어로는 애스터로이드라는 운석이 있었지만, 다시 그것을 외계인이 수거해 가면서 상실과 불편한 무언가를 가슴에 숨고 또다시 인생을 살아가게 되거든요. 그리고 이 영화는 코로나 격리로 좀 화나서 쓴 것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운석이 있는 동안은 국가에 의해서 한 장소에 고립된 이야기라는 점에서 코로나로 인해서 자가격리를 하는 상황이 연상되었달까요. 그나마 감독의 전작 프렌치 디스패치보다는 좀 더 정제된 영화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킬링타임용으로 가볍게 보기에는 이게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싶으실 수 있을 영화인 것 같습니다. 아마 전체적인 감독의 서사와 메시지를 좀 더 이해하고 보시면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감독 본인의 인생이 많이 담겨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3명의 남자. 3명의 사람. 3형제와 같은 3의 숫자가 반복되어 나타나는 점도 감독의 인생에서 겪은 상실들에 대한 자전적인 부분이라고 봅니다. 영화에서는 또한 이러한 영화에서의 사건들이 역시 현실로 처리되지 않으며, 일종의 공연이라는 식의 연출도 보입니다. 따라서 이 영화는 모든 인생이 하나의 공연이고, 그 인생이라는 공간의 밖에서, 죽은 듯한 세상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다는 깊이 있는 연출도 보여준다고 해석되어집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무슨 소린가 싶고, 깊이 생각하면 참으로 심오하죠. 이런 점이 웨스 앤더슨의 모든 영화에서 다 드러났지만, 이 영화는 유독 더 날것이라는 생각이 그래서 든답니다. 그러나 이러한 메시지를 제외하고도 틀어놓고 보기 나쁘지 않은 영화라고 생각이 드는 것은 이전작들과 같이 정제되고 고정된 영화의 화면이 아름답다는 것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스톱모션 같은 효과를 좋아하셔도 중간중간에 나오는 의도적으로 조악한 인형들을 보는 것도 재밌을 것입니다. 이는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과 개들의 섬에서 강하게 나타난 부분이기에 다시 보기에 반갑습니다. 저는 온 마음을 다해서 뜨겁게 사랑하고 나면 헤어진다는 게 죽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는 걸 감독이 잘 알아서 개인적으로 너무 좋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마치 무대 뒤에서 여러 명이 커튼콜을 하며 꼭 질문하는 것 같습니다. 당신의 돌멩이(운석, 애스터로이드는)는 뭐냐. 그걸 건드리는 어쩌면 공포스러운 외계인은 누구, 혹은 무엇인가. 영어 문장으로 끝맺음을 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sorry for your loss. love. keep li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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