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한 옛날에 살아있는 의자가 살았다. 말그대로 살아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의자는 살아있었지만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충 식물이 움직이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두자. 엄밀히 말하면 식물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니지만 말이다.
의자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보는 의자와 똑같이 생겼었다. 하지만 살아 있었다. 의자는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의자는 주변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자신의 위에 누군가 앉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의자의 영혼은 의자의 것이었기 때문에 불쾌함은 없었다. 이걸 읽고 있는 당신이 사람이라면, 그리고 상상력이 꽤나 좋아서 이 이야기에 공감을 한다면 어쩌면 의자가 살아 있으며 그 위에 누가 앉는 걸 느꼈다는 것에서, 당신이 의자에게 이입하여 불쾌할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덧붙인 말이다.
뭐 아무튼 결론적으로 이걸 당신이 어떻게 받아들일진 모르겠지만 의자한테는 사람이 아니라 의자의 영혼이 있었고, 그 영혼은 절대로 자신 위에 앉는 누군가를 불쾌해 하지 않았다. 의자는 그것이 의자로서 응당 짊어져야 할 의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뭐 우리로서 생각했을 땐 그게 맞지 않는가? 의자는 앉으라고 만들어졌으니까.
의자는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아무도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더라면 따분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의자가 살아있지 않았다면 기본적으로 생각이라는 것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기에 정확히는 자신이 어땠을 것이라고 생각할수조차 없었을 거니까 '따분했을 것이다.'라고 생각할 수도 없었겠지만, 뭐 이 의자의 이런 생각은 이 의자가 살아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명백한 증거이기도 했다.
의자는 사람들을 주인으로 모셨다. 의자에게 사람들이란, 자신의 위에 '앉아주는' 것이었다. 의자는 거기에 만족했다.
사람들은 몇 시간이고 의자 위에 앉아서 온갖 이야기들을 나눴다. 의자는 그 이야기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그중에 의자에게 말을 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아니 당연하지, 어느 미친 사람이 의자한테 말을 거냐?
그런데 하루는 의자가 살아온지 10년만에 4살쯤 된 아이 한 명이 다가오더니 말을 걸기 시작했다. 쬐깐했던 게 의자 주위를 한창 기어다니더니 언젠가부터 걷기 시작하다가 이제는 말을 거는 것이었다. 의자는 움찔했다. 아이는 의자에 앉지도 않고 그냥 바닥에 앉아서 의자에게 말을 걸었다.
사실 다른 사람들에게 흔히 하는 이야기였다.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의자에 앉아서 나누는 그냥 평범한 이야기일 뿐이었다.
아이는 아마도 그의 부모가 의자에 앉아 손님들과 주고 받았던 이야기를 따라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러나 의자 자신에게 그런 이야기가 온 것은 처음이었다.
의자는 설렜다.
그러나 의자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들고 느낄 수만 있었지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의자는 그 질문을 듣고만 있었고, 감동적인 그 순간을 오래도록 그의 영혼에 간직했다.
7년이 지났다.
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다.
이제는 피곤에 찌든 표정으로 방으로 들어왔고, 오래된 의자에 앉았다.
그날 이후로 의자는 고통스러웠다.
아이가 끊임없이 의자에게 말을 걸었기 때문에.
아이는 의자에게만 말을 걸었다.
지난 5년간 끊임없이.
의자는 어쩌면 자신이 이 아이에게 소중한 누군가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의자는 온갖 이야기를 다 들었다.
아이의 엄마도 모르는 비밀 이야기까지.
의자에게 아이의 말 걺은 처음엔 감동이었고, 점차 황홀해졌지만, 이젠 대답을 하고 싶었다.
의자는 입을 열고 싶었다.
그치만 그런 것은 의자에게 허용되지 않았다.
의자는 노력했다.
말을 하기 위해.
입이 없어도 말을 하려고 했다.
아이가 처음 그 서투른 말로 자기에게 말을 걸어준 것처럼 자기도 말을 걸고 싶었다.
그래, 어쩌면 그 긴 세월동안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몰라.
그리고 드디어 의자는 입을 때는데 성공했다!
끼이익
"엄마!
의자가 너무 낡았어요!
이젠 삐걱대기까지 해요.
고장났나봐요!!
새로 사주세요."
"그래, 그 의자 오래 쓰기도 했지.
안그래도 어제 총알 배송으로 새 것 사놨으니까 새벽에 올거야.
그 의자는 내일 밖에 네가 좀 내놔라.
재활용날이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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