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과거, 평범한 도시의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 아주 귀여운 남자아이 한 명이 살았다.
그 아이는 정말 귀여움의 극치였다.
아이가 태어나던 순간부터 사람들은 저마다 아이의 귀여움에 탄성을 지르고 손을 오그라뜨렸다.
아이의 볼은 하얗고 통통했고 아이의 작고 동그랗고 까만 눈, 낮은 코, 조그마한 입은 동글동글한 얼굴에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었다.
아이는 귀엽다는 말을 많이 들으면서 자랐고 자신이 귀엽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랑스럽게 여겼다.
아이는 유모차에 앉아 있던 어릴 적부터 주변 어른들께 귀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란 터라, 스스로의 모습에 매우 우쭐해하고 있었는데 6살이 되어 유치원에 들어가게 되자 더더욱 많은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귀엽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아이는 그전보다 콧대가 한껏 높아졌다.
아이는 이제 귀엽다는 소리를 더 많이 듣고 싶어서 자신의 말과 행동, 표정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어리숙하게 맞춰갔다.
사람들은 아이가 말하면 탄성을 지르고 귀여운 행동을 하면 웃었으며 표정을 지으면 손발을 오그라뜨리며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아이는 13살까지 온 세상 사람들에게 귀엽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자랐다.
14살이 되던 해에 아이에게 2차 성징이 왔다.
아이의 목소리는 아저씨마냥 걸걸해졌고 온몸에는 수북이 털이 났으며 얼굴에는 여드름이 울긋불긋 돋았고 머리는 항상 기름졌다.
아이는 더는 귀엽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당황한 아이는 자신이 그간 13년의 세월 동안 갈고닦아온 귀여운 행동과 말, 표정을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 열심히 선보였다.
아이는 귀엽다는 말을 다시 듣기를 바랐다.
하지만 아이가 귀여운 행동과 말, 표정을 사람들에게 지으면 지을수록 사람들은 이제 아이에게 징그럽다는 소리를 하고 경멸 어린 눈빛을 보냈다.
더 이상 세상의 그 누구도 아이를 눈여겨 봐주지 않았다.
자신이 무언가를 함으로써 사람들의 관심을 더 이상 이전과 같이 얻을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에 빠진 아이는 성격이 급격하게 소심해졌고 이후 공부에 매진했다. 적당한 대학에 들어가고 알바도 몇 개 하고 중소기업 몇 군데에서 면박을 받으며 경력을 쌓다가 이후 대기업에 들어가서 근 20년을 버티며 꼰대가 되었다. 아이는 퇴근하고 담배를 피울 때면 귀여웠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그려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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